Pak Hui-jin (1931~ )
눈 (眼)
1
한 육십 년쯤은
시들지 않는 꽃을 아는가.
그 신비한 광망을 잃을까 봐
낮에도 피곤하면 닫히는 꽃,
흰 꽃잎 한가운데
검고 둥근 花心이 있는
저기 어쩌다가 홀연 이슬이
솟는 때가
제일로 아름답다.
2
사랑의 이슬
그 이슬이 어떻게 솟았을까.
뿌리도 없는
空中공중의 꽃에 -
3
멀리 희랍에서 트로이까지
일천의 배를 불러들이었던
헬렌의 얼굴,
더구나 그 보석寶石 같던 눈도
티끌로 돌아갔다.
그 수많은 영웅과 함께.
4
본시
흙으로 빚어진 눈이지만
별을
보아
씻
기
운
것일까.
지금
어디서나
아직은 어린
눈은 자라난다
수정水晶과 같이
빛과 어둠을 번갈아 마시면서.
5
또 어떤 시인詩人은
너를 두 개의 못물이라 했다.
공중에서
화석인 양
오래 한 점에 머물러 있다가도
수시로 이동하는 두 개의 못물.
밤알만한
그 못물이 지니는 가지가지
빛깔과 깊이를
헤아릴 수는 없다.
산과 바다,
이 우주宇宙도 그 안에 빠지면
한낱 티끌일 뿐.
6
나란히 있는
두 개의 못물이
또 하나 다른 두 개의 못물과
하나가 될 때
깜깜한 공중에서
오래 헤매이던
사랑의 별과 별이 부딪듯이
시공時空은 허물어져
하나로 쏟아지는 한줄기 폭포.
영원永遠이 설레이는
바다가 된다.
박희진朴喜璡 (1931- )